

SOJE ART SITE
소제동은 1900년도 초 철도노동자들이 세운 관사들로 인해 2020년 이후 독특한 역사성과 장소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100년된 단층 목재구조들과 그 사이를 매꾸는 장소들이 누적되면서, 시간이 교차하는 전례없는 공간이 되어갑니다. 페허가 될뻔하던 동네는 오히려 문화적인 Hot spot 이 되어 아트벨트와 빵 축제 덕분에 몇 만명이 찾아오는 destination 이 되기도 합니다.
철도에 의해 생겨난 소제동은, 대전역을 통해 유입되는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에 시시때때 적응해 가면서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갖게 되었습니다. 가변성과 유동성은 아트사이트 소제 건축 컨셉의 축이 되었죠. 베를린의 쾨니히 갤러리나 세드릭 프라이스의 Fun Palace (1963)처럼 사용자의 참여를 통해 실내에서 진화하는 공간들과 달리, 소제동의 전시홀은 건물의 경계를 넘어 도시와 함께 공존하고 서로 상응하여 변화하는 공간으로 태어납니다.
도시와의 연결성
아뗄리에장은 기존 전시홀이라는 폐쇄적인 건축유형을 버리고, 안과 밖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간을 제안하게 됩니다. 건축의 경계가 열리는 순간, 전시홀이 담고 있던 컨탠츠가 광장과 카페, 측면의 공용계단까지도 흘러 나가게 됩니다. 저희 프로젝트를 “아트 사이트 소제”라고 부르기 시작한 데는, 하나의 건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관사를 리모델링한 카페가 로비 역할을 해주고, 광장이 기다림과 만남의 공간을 제공해주면서, 전시홀과 한 덩어리가 되어 사이트(대지)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한 거대한 건물 안에 있을 법한 공간들을 조각조각 나누어 소제동에 곳곳에 배치하고, 야외와 실내 공간을 묶어 같이 경험하는 유일무이한 전시 경험을 선사하는 거죠.
변화하는 전시홀
아트 사이트 전시홀은 내부에 11H×10W×20L 미터의 규모의 넓은 공간을 형성하게 됩니다. 4층 건물 높이에 다다르는 내부공간은 국내에서는 찾기 힘든 스케일감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넓이와 높이와 길이의 비율을 1:1:2 로 맞추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콘서트홀들 중 음감이 가장 좋은 홀들의 비율로 내부 공간을 형성했습니다. 기존의 미디어 아트 전시홀들은 완벽히 폐쇄된 공간이 정석이라 하지먄, 다양한 종류의 아트와 performance 를 담을 수 있도록 계획된 이번 프로젝트는 두 면을 개폐 가능하게 하여 더 많은 공간의 니즈에 부합 할 수 있습니다.
몰입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홀 내부와 달리, 아트사이트 소제의 파사드는 개방감과 가변성을 두드러지게 보여주자는 것이 디자이너의 의도였습니다. 방어하고 보호하는 파사드가 아니라, 길에서 지나가는 이들에게 호기심을 일으키는 요소를 찾고 있었죠. 그러던 중 소제동에 있는 특유한 기와 단면을 모티브로 삼고 철로의 메탈을 접목해 수직루버를 디자인 했습니다. 그러고선 “소제기와” 파사드라고 이름을 지어 주기도 했죠. 전시 공간을 둘러싸는 파사드는 보는 이의 방향에 따라 오프닝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들어올때 막혀보여도 반대로 나갈때는 안이 간간히 보이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변화하는 소제동의 경험을 파사드의 방향성으로도 표현해 본 것입니다.
움직이는 파사드
모든 파사드 패널이 닫힌 상태에서는 완벽한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반면, 파사드가 열리는 순간, 내부 공간은 외부와 연결되며 콘텐츠와 관객 모두가 도시로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열두개의 1800x4700mm 모듈 패널로 구성된 파사드를 여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완전히 닫힌 상태에서는 미디어 아트나 몰입감 있는 내부 컨탠츠에 알맞지만, 패널을 번갈아 연다면 큰 문들이 촘촘히 생기기도 합니다. 완전 열었을때는 3미터가 넘는 통유리 밖으로 소제동 경치가 전시홀 안으로 밀려들어 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트사이트 소제가 호스팅하는 내용에 맞추어 전동으로 움직이는 파사드가 재구성 될수 있기에 각 전시마다 다양한 건물을 보는 듯한 느낌일것입니다.
아트사이트 소제, 네 개의 건물들과 골목길
전시홀 디자인을 진행하는 동안, 옆에 붙어 있는 100년 넘은 관사에 아트사이트 소제 카페와 견우제 애견카페를 동시에 리모델링하게 되었습니다. 세개의 관사 건물의 모두 낮은 층고와 목조가 어우러져 아늑한 실내공간을 제공합니다. 이 작은 스케일의 관사들과 전시홀을 연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제동의 골목길 이었습니다. 관사들이 주택이었던 한때는 옆집의 뜰을 통해, 거실을 통해, 작은 집들 사이로 구비구비 마을 전체를 걸어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골목의 연결성을 살려, 관사들 사이공간을 새로운 공용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려 했습니다.
대동천에서 걸어오다 보면 작게 돌출된 메탈 캐노피가 특별한 골목의 입구임을 알립니다. 그 안에 들어서면 은은하게 방문자를 이끌어 주는 긴 골목을 지나게 됩니다. 입구 캐노피를 지나면 견우제와 카페 사이에 쉴 수 있는 작은 중정이 나타납니다. 캐노피에서 중정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계속 카페 안으로 까지 연장이 되어 전시홀에 다다르기 까지 같은 골목길 바닥 재료로 연결이 됩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노란 벽돌길 처럼, 바닥타일과 작은 조명들은 오는 이들을 여러 공간을 거쳐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광장은 소제동에서 찾기 힘든 사이즈의 퍼블릭 공간 입니다. 상업용 카페 테라스와 다르게 계단 대신 나무 밴치들을 설치해, 광장을 바라보면서 쉴수 있는 여유를 제공합니다. 작은 외부극장 같이 두 방향에서 광장을 바라보면서, 광장도 전시공간의 연장이 됩니다. 광장에서 시작된 벤치는 철갑3로까지 계속되어 전시홀을 의자 삼아 대나무 숲을 관망할수 있는 쉼터를 마련합니다.
아트사이트소제는 유기적인 경험들의 집합으로 구성된 공간입니다. 골목길을 걸어, 중정을 지나, 카페에 앉아있다가, 광장에서 사색하다가, 전시에 도착하면서,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여정과 같이 경험할수 있는 곳입니다. 소제동을 찾는 이들과 함께 아트사이트 소제가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대전 안에서 유일무이한 문화의 촉매재 역할을 할것이라 기대합니다.